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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Il Bong

 

손 일 봉 

 

천성적인 화가 기질의 소유자 손일봉(孫一峰)의 작품을 보면, 색채와 광선으로 이룬 조형미의 화가 박광진과는 화풍이 전혀 다르다. 30년이 넘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그만큼 예술의 성립이 2차원적인 평면 위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가(미술)의 일생이라는 것이 평탄한 다른 분야와 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자기의 예술세계만을 지향해나아가기란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화가로서 그런 평탄치 않은 한평생을 보낸 경우 가운데 드문 예로 화가 손일봉을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암울했던 시절에 태어나 시련과 고통을 넘은 청년시절, 예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받던 청년화가 손일봉. 천부적 재능으로 비약적 발전의 앞날을 약속받던 양화가 손일봉은 그 후 자의이건 타의이건 동면(冬眠)의 오랜 시기를 번갈아 겪어가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게 된 노년기를 맞이하게 될 때까지 화가로서의 그의 일생은 우여곡절로 점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회화예술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시기와 교육계에 몸담았던 시기 사이의 일정한 간격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만큼 한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불행을 뜻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련기가 있음으로써 오히려 그의 예술적인 저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또한 다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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