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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Keon Mo  

 

정건모 

 

그의 작품에서 받는 인상은 대단히 특유한 제작시스템이란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이란 표지 위에 운필의 작동과 이에 동원되는 일정량의 물감의 결추로 이루어지는 평면구조인데, 그는 이 일반적 방법을 구사하지 않고 일종의 직조에 비견됨직한 방식을 지속해보이고 있다. 화면 전체를 씨줄과 날줄의 조밀한 그물망으로 덮고 무수하게 생겨난 망 속에다 점획을 가함으로써 작품의 완성을 기하고 있다. 선과 점이란 이원적 요소에 의해 결구되어지는 제작시스템인 셈이다.

그의 작품은 이전엔 약간 짙은 갈색조의 기조에 의해 전체적으로 침잠되는 인상을 주었으나 최근의 산하풍경은 경쾌하고도 현란한 색조의 변화있는 직조에 의해 대단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들어내고 있다. 마치 다양한 음색으로 짜여지는 오케스트라같이, 풍부한 색조의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본질적으로 음악이 추상이었듯이, 이 환상적인 색채의 오케스트라는 종래 그의 화면에서 어떤 영상의 구애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성을 강하게 발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회화의 자율적인 자기표현에 의해 구체적인 영상은 부단히 그 존재를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마치 엷은 막을 통해 가려진 안의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걸러냄의 작용도 이 영상의 상쇄작용과 결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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