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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Ki Joo 

 

한기주 

 

그의 근작은 도끼나 끌로 나무판을 찍어 내었을 때 일어나는 나무결과 파편들의 상황을 한지로 떠냄으로써 나무의 물성이 가지는 제 1차적 원상태를 제 2차적 형상으로 바꾸어 놓으려는데 뜻이 있다. 그의 말처럼 도끼와 끌에 찍혀 팬 모습에서 삶의 긴장과 긴박감에 짓눌린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따라서 이전처럼 나무의 물성 자체가 갖는 성질로서의 나무결의 표정을 엿보려는 흔적들이 사라지고 그 대신 물성에 의해 자신의 생활 세계의 언어들을 읊조리고자 하는 언어에의 의지가 돋보이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그의 종이 작업은 물성의 개관적 탐구로부터 떠나 패어진 흔적들을 종이에 전사함으로써 자신의 아픈 체험들과 긴장을 표출 하려는데 기울고 있다. 거기에는 분노에 찬 저항, 한스러움과 이지러짐, 침잠과 의기소침, 그리고 이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들, 기쁨과 전율의 정서들, 또는 감정들에 이르는 그의 삶 모든 국면들이 용해되어 있다. 물성의 지극히 객관적인 상황들을 빌려 삶의 단면을 단숨에 열어제끼는 대단한 은유의 자태가 그의 작품들의 매력이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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